[호흡의 기술] - 제임스 네스터, 북트리거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숨쉬기 힘든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어린시절, 봄이 오면 황사바람이 불던 날들이 며칠 있었는데, 이제는 1년에도 몇 번씩 미세먼지를 신경써야 하는 상황입니다. 거기에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이제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밖에 나갈 수도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코로나가 끝나 마스크를 벗기만을 바라고 있지만, 황사와 미세먼지로 마스크와 완전히 [거리두기] 하기는 어려운 세상입니다. 마스크를 벗고 싶은 이유는 분명합니다. 정말 너무나도 답답하니까요. 마스크는 바이러스와 먼지를 막아, 안전하게 호흡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럼에도 코와 입을 막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호흡을 상당히 방해합니다. 저는 만성적인 비염을 가지고 있어 마스크를 쓰면 더 답답함을 느낍니다. 코로 숨을 쉬기 힘들어서 마스크를 쓰고 입으로 호흡하다보면 자신의 입냄새를 고스란히 견뎌야 하기도 합니다.
코로나가 끝나서 마스크를 벗기만 하면 삶의 질이 훨씬 좋아질거라는 행복회로를 돌리던 필자에게 마스크를 벗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오늘의 책, [호흡의 기술]의 저자 제임스 네스터입니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저자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에 이 책을 내면서 지금처럼 숨을 쉰다면, 다시 말해서 [올바른 호흡]을 하지 않는다면 마스크 여부를 떠나 결코 건강한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호흡은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해오던 것인데 새삼 [호흡]에 기술이 필요하고, 그것에 대해 설명한 책이라니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먼저 저자는 입 호흡과 코 호흡에 대한 자학적인 실험에 직접 참가한 기록과 함께, 인류의 조상이 어떻게 호흡을 했는지 탐구합니다. 저자가 참여한 실험은 열흘 동안은 코를 완전히 막아 입으로만 호흡을 하고, 다른 열흘 동안은 코로만 호흡을 해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비교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입으로만 호흡을 하는 동안 저자는 수면무호흡과 코골이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늘어 잠을 청할 수 없었고, 높은 혈압, 약해진 기도, 코 내부 세균 증식 등 호흡과 관련된 모든 지표가 좋지 않았습니다. 이 외에도 만성 대사질환의 척도가 되는 수치들이 상당히 나빠졌다고 설명합니다. 반대로 코 호흡을 한 뒤에는 수면무호흡과 코골이가 거의 없었으며, 모든 수치가 정상이 되었다고 적었습니다.
만성 입 호흡은 전적으로 비정상이다.
저자의 말입니다. 그러면서 인류의 조상의 두개골과 현생 인류의 두개골을 비교하며 그 차이에서 호흡의 변화를 이야기 합니다. 현대 인류는 우리의 조상보다 고르지 못한 치열과 좁은 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날 것 그대로를 먹었던 시대와 달리 음식이 부드러워졌기 때문입니다. [씹기]가 줄어들면서 발생한 얼굴의 변형은 넓었던 코곁굴(부비동)을 좁게 만들면서 코 호흡을 어렵게했습니다. 그 결과 이전보다 제대로 된 호흡을 하기 힘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이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해서 저자는 올바른 호흡을 위해 고대의 문헌과 더불어 최신 호흡기학, 심리학, 생화학, 생리학 분야의 최첨단 연구를 통해 발견한 몇가지 방법들을 제시합니다.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코 호흡 천천히 하기
- 들숨과 날숨 사이에 잠시 참기
- 더 적게 숨쉬기
- 최대한 내쉬기
- 투모 : 때론 더 많이 숨쉬기
최첨단 연구에서 나온 방법들 치고는 다소 허무할 수 있지만, 이는 여러가지 사례를 통해 검증되었고, 그 내용을 책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중증 폐기종에 걸린 참전 용사를 치료하거나, 망가진 폐를 느린 호흡을 통해 정상으로 만들고, 공황과 불안장애를 치유하는 이산화탄소의 활용 등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위의 방법들을 잘 조화한 방법을 저자가 따로 설명하는데 그 방법 또한 단순합니다.
완벽한 호흡은 이런 것이다. 약 5.5초 동안 숨을 들이쉬고, 5.5초 동안 내쉰다.
1분 동안 5.5회 호흡을 하며 모두 약 5.5리터의 공기를 호흡한다.
저자는 위의 방법을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해볼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자신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된 하루를 보내고 수시로 적용하고 있다고 소개합니다. 10년에 걸쳐 조사한 끝에 알아낸 자연의 단순함이자 미묘함이라고 설명하면서 말입니다.
이 책은 현대 의학에서는 비주류에 속하는 [호흡]에 대해 여러 최신 실험 결과들을 제시하며 의미있는 내용들을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평생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호흡]임에도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기에, 그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었다는 사실 또한 밝히고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의 실험 결과들이지만, 아직도 호흡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 등을 분명하게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역시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현대의학이 생사가 오고가는 중대한 문제나, 무언가를 제거하고, 봉합하는 것에서는 발전해가지만, 다소 온건한(?) 만성질환, 대사증후군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이 책 [호흡의 기술]에서 소개한 것들을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입니다. 최소한 숨쉬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해온 한 사람으로서 한 번 쯤 이 당연한 것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호흡]에 대해 한 번이라도 고민해 본적이 없다면, 한 번 쯤 읽어볼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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