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그려야합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을 그리고 있습니다.
항상 그래 왔죠.
- 데이비드 호크니 -
2022년 5월 26일 목요일 저녁 7:00 [사유의 시간]
참여인원 : 사유지기, 멤버 C, 필자
지난 시간에 이어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두 번째 시간이었다. 각자의 사정으로 많은 인원이 참석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독서모임은 계속된다. 모임을 유지할 수 있다면 누군가 다시 채워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서는 계속된다. 잠시 떠나있어도, 다시 책을 읽고 싶고, 생각을 나누고 싶어지면 다시 찾게 된다. 원래의 모임이 아니더라도 어디선가 계속 하게 된다.
[사유의 시간]을 거쳐간 사람들이 꽤 된다. 그 많은 동료들도 어디선가 독서와 모임을 계속 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는 이번 책의 제목처럼.
함께 나눈 내용
색의 표현은 개개인마다 다르다. 동일한 물건을 보고 그림을 그리더라도 똑같은 색으로 표현하지 않는 것처럼.
-사유지기-
"색체는 전적으로 객관적인 현상이라고 보기 힘들다" 는 책에서의 표현에 사유지기가 한 말이다. 호크니는 보는 것과 표현하는 것의 차이를 간파한 사람이었다. 그가 현대에 가장 유명한 화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러한 차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사유지기는 호크니가 소통 능력과 감각이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작품으로 [푸른 기타] 연작을 언급했다. 푸른기타는 월리스 스트븐스(Wallace Stevens)의 시 [푸른 기타를 치는 남자]를 접한 호크니가 영감을 받아 드로잉으로 시작해 [에칭 판화]로 만들어낸 작품이다.
공저자 게이퍼드는 호크니가 이 작품을 통해 시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우리가 세계를 지각하는 방식을 변형시켰다(P.173)는 표현을 했다. 스티븐스의 시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다고 한다. 그것을 가지고 호크니는 상상력을 통해 스토리가 담긴 연작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카메라와 동일한 방식으로 색채를 경험하지 않고, 사진이 재현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지각하지 않는다" 공저자 게이퍼드가 한 말이 얼마나 호크니를 잘 설명한 말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검정'이라는 색이 다양하게 사용된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 멤버 C -
이어지는 색채 이야기에 멤버 C는 같은 검은색을 미묘하게 다르게 사용하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다고 했다. 책은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의 말을 옮겼다. "동양인들은 검은색을 색으로 활용했다...(중략)"
필자도 이 부분이 흥미로웠다. 사유지기의 설명도 있었다.
먹을 기본으로 하는 동양화는 먹 선과 여백, 그리고 채색도 먹의 농담을 통해 그림을 그려왔다. 한국의 전통색이라고 할 수 있는 [오방색]에도 흑(黑)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동양에서 '검정'은 당연히 색이었지만, 서양에서 검정을 노란색이나 파란 색 등 다른 색채와 동일하게 회화에서 제대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한다.
호크니 또한 검정을 잘 쓰는 화가로 알려져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알려진 호크니의 그림은 대부분 선명한 색상의 그림이 많지만, 인상적인 작품 중 일부는 검은색으로만 그렸다. 대표적으로는 <2013년 봄의 도래(The Arrival of Spring in 2013)>이 있다.
현재에 몰입할 수 있다는 대가의 말이 부러웠다. 강렬한 열정을 가지고 현재를 살펴보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필자-
"스트레스가 뭡니까?" 호크니가 질문을 하고 이어 답을 한다. "그것은 미래의 무언가에 대해서 걱정하는 것이죠. 예술은 현재입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그림을 그리고도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대가의 말에 필자는 많은 생각을 했다.
늘 더 나아가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면서도, 호크니가 말하는 [강렬한 열정]으로 하루도 빼놓지 않고 [몰입]하는 것이 진정으로 있었는지 말이다. 사유지기도, 멤버 C도 이제는 현재를 산다고 말했다.
필자는 아직도 현재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래서 미래를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들고 싶어 노력한다. 그런데 호크니는 [현재]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실 알고는 있다. 그것을 실행하지 못할 뿐. 하지만 호크니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실행한 결과가 지금의 모습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것이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지만, 자신에게는 맞는 방식이이었음도 말한다. 자신은 그림을 그릴 때 현재를 살 수 있다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어려움이나 좌절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호크니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는 최소한 그림을 그리는 일에 '몰입'한다. 강렬한 열정으로 그렇게 많이 하는 사람들이 적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결론(필자의 생각정리)
호크니라는 인물의 사유와 통찰은 상당했다. 대부분의 현대작가들이 담아내는 말의 의미나 표현이 필자와 같은 일반인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반면, 호크니의 말들은 상당히 간결하고 명쾌하다. 그만큼 그가 소통과 표현감각에 있어 탁월한 인물임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의 삶은 단순한 것 같지만, 그리 쉬운 삶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르망디의 어느 숲에서 코로나 기간 동안 세상과 격리된채 하루도 빠짐없이 그림을 그린 것이 너무나 만족스럽다는 그의 삶은 복잡하게 살아가는 필자에게는 굉장히 단순해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삶이 결코 쉬울 것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단 하루도 빠짐없이 많은 시간을 그림에 몰두하며 살아가는 그의 삶은 엄청나게 내재된 힘을 가지고 있다. 그가 산책도 하고, 자연도 관찰한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처럼 '강렬하게' 파고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이야기를 담긴 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다. 다양한 호크니의 작품과 함께 언급되는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보는 재미도 있었고, 무엇보다 호크니의 삶과 생각을 엿볼 수 있었지만,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잘 알 수 없었다.
사유지기의 말을 빌리면 전반적으로 흥미로웠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재미와 글의 힘이 떨어졌다. 필자와 멤버 C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데이비드 호크니라는 대가의 삶과 말에서 건질 것이 분명히 있는 시간이었다. 적은 인원과 아쉬운 책의 마무리에도 모임에서 나눌 것은 충분했다. 이 곳에 다 정리하지 못할 많은 나눔들만큼 귀한 시간이었다.
[어려워도 독서모임] 현시대 가장 유명한 화가가 주제가 되는 책 -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part-1)
삶에서 유일하게 진정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음식과 사랑입니다. ...(중략) 나는 이 점을 진심으로 믿습니다. 예술의 원천은 사랑입니다. 나는 삶을 사랑합니다. - 데이비드 호크니 - 2022년 5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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